2019.07.23 헛된 오만함. 나로 살아간다는 사치.

파란수선화 2019. 7. 23. 17:28

12일 나는 PD필기 시험을 봤고, 필기 시험에 합격했다.

 

그리고 18일에 면접을 봤다. 그리고 어제 최종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18일 면접 당일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을 봤었다.

이런저런 예상 질문에 대한 대답들을 밤새 달달 외웠는데, 정작 면접장에서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사소한 질문들을 내게 물었고, 나는 그런 사소한 나에 대한 질문과 물음에 횡설수설 했던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준비한 대답들을 어떻게든 엮어서 잘봤다. 못봤다 할 것 없이 이러저러한 면접이 끝났다.

마지막에 면접관이 내게 "좋은 결과 기대할게요", "시간이 참 빨리 가네요" 라는 말을 해 그리 나쁘지 않은 면접이었나? 싶은 마음을 갖게 됐다. 그리고 면접을 마치고 나왔을떄, 면접을 보는 사람이 굉장히 소수라는 것을 알았다.

3명의 피디를 뽑는 시험이었는데, 면접은 5명만 본다고했다. 내가 다섯명중 3명 안에는 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자만심이 들었다. 그리고 어제 그 오만한 자만심이 와르르 무너졌다.

 

3명을 뽑기로 되어있었는데 단 한명만 뽑았다.

그리고 그 한명이 내가 되지 못했다.

 

처음에 그 결과를 알았을떈 멍했다.. '이게 진짜일리 없어..'라는 마음으로 다시 보고 또 봤다.

그러다 화가났다. 3명 뽑는다고 했는데 왜 1명만 뽑은거지..

면접을 봤던 다른 나머지 사람들은 자격미달이었다는 건가... 억울했다.

그러다 현실을 순응하게 됐다... 눈물이 났다.. 

 

내가 전직시험에 지원한 걸 아는 유일한 동기에게 내 소식을 전했다.

원주에 오기 전엔 사실 우르르 다같이는 몰려다니며 친했지만 속깊은 이야기까진 많이 나누지 않았던 동기였다.

원주에 와서 그래도 유일한 여자 동기여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다른 사람 입을 통해 내 소식을 들으면 혹여 서운할까 미리 말을 했었고, 나의 결과를 말했다. 그랬더니 차로 10분 거리에 사는 그 동기가 우리집으로 와줬다. 녹차 프라푸치노를 들고 정말 고마웠다. 그런데 그 동기가 내게 위로해준다고 말해줬던 말들이 오히려 비수로 박힌것들이 많았다.

 

그 동기의 눈에는 내가 원하는 걸 쫒아 앞으로 향하는 이런 내가 무모한 아이고,  세상물정 모르는 것 처럼 보였을까

나도 모르는 내 미래를 그 동기가 현실은 이럴꺼야 하며 단정짓는 것들이 너무 내 마음에 비수로 꽂혔다.. 

그래서 그 동기에게 '나 위로 해주러 온거 맞어?'(염장지르러 온거야?)라고 물었고, 오해를 풀려고 그 동기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둘러댔다. 하지만 나는 그 날을 계기로 아마 그 동기에게 벽을 칠 것 같다.

 

그 동기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무 달랐다.

우린 다른 환경에 살아왔고, 그 동기가 추구하는 삶과 그 동기가 생각하는 회사원. 연애관, 결혼관, 모두 달랐다.....

나는 그 동기를 한 명의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고 싶었지만 그 동기에게 나는 회사 일원 중 무모한 일을 저지르는 한 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괜히 그 동기에게 나에대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것이 후회됐다. 나를 제대로 봐줄 수 없는 오히려 나에 대한 많은 것을 말하면 '앤 왜 이러지?'하며 더 공감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 꺠달았다.

누군가가 누군가의 삶과 꿈을 평가하는 건 솔직히 너무 오만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 동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더 마음이 쓰라렸다.. 그냥 그 동기는 회사생활을 하는 동료로 내게 앞으로 남게 될 것 같다.

 

가끔씩 시련을 주는 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위한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도 한다.

나는 내 시련을 통해 진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알게됐다.

아니 이미 알고 살아왔는데, 모른척 하며 덮어왔던 걸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안락한 삶이 싫다. 사실 안락하지도 않지만,, 그냥 돈버는 기계로 살아가는 내 자신이 싫다.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결과적으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그래서 그 돈으로 부모님 빚을 갚아주고 싶다.

외삼촌이 돌아가시지 전에 부모님이 외삼촌에게 빚진 돈을 꼭 갚아드리고 싶다

그런데 지금 현재의 나로서는 그럴 여력이 전혀 없다.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내가 실천해야 한다. 가능성이 0.0001%라도 나는 해야한다.

 

PD가 되서 경력을 쌓아서 프로그램을 하나 빵 터트리고, 타사로 스카웃되어 큰돈을 손에 쥐고 싶었다. 그게 내가 노력해서 할 수 있는 로또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 로또로 가는 내 꿈이 와르르 무너졌다. 하지만 다시 바닥에 왔으니 다시 또 올라가면 되겠지, 근데 서른이라는 나이가 나를 짓누른다. 아직 어리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더는 어리진 않은 나이다. 근데 또 그 서른이라는 나이도 절반보다 덜 남았다. 친구들이 차차 결혼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제자리다. 누굴 좋아하는 마음도 없고, 좋아해보려는 마음도 다 귀찮다....

 

나는 세상에서 우리 가족을 가장 사랑한다. 그 가족이 없어진 세상을 상상하는 지금도 눈에 눈물이 고인다.

너무 사랑하는데 또 가끔은 미울때도 있다. 가족을 생각하면 나만 생각하며 살아갈 수 없다.

나는 언제라도 무너질 지 모르는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하지만 내게 모아둔 돈이라고는 현재 사는 월세방 보증금 5백만원과 통장에 있는 적금 2백만원. 주택청약 270만원뿐이다. 가용할 수 있는 돈은 달랑 2백만원뿐.

더이상 대출도 어렵다. 아니.. 더이상 가족을 위해 대출을 받고 싶지 않다..... 지금도 숨이 턱까지 찼다... 더는 나도 너무 벅차고 힘들다....나는 입사후 3년간 부모님의 사업을 위해 월급을 전부 드렸고, 용돈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신용대출도 5천만원 해드렸고, 그동안 내가 대학을 다니며 빚진 학자금도 이제 약 3천만원이 남아있다.

나는 입사 6년차지만 한 달 한달 살아가기 바쁘다. 돈을 모은다는 건 사치다.

 

부모님이 매달 2천만원씩 이자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드렸던 돈이 정말 필요했던 돈이지만 어쩌면 밑빠진 독에 물을 부었던걸 아닐까하는 원망도 들었다.

왜 나까지 취직하고 아무것도 해본것 없이 빚에 쫓기며 살아가게 했을까 원망했다.

하지만 나는 나와 같이 입사한 동기나 후배들의 삶을 내 삶과 비교하지만 않고 그냥 지금 다니는 회사만 다니면

돈버는 기계가 된다면 10년 정도 뒤 쯤엔 빚없이 전세로 살만한 집에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결혼은 아마 못 할 것 같다. 딱히 이 사람 아니면 죽어도 못살아 할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내 처지에 결혼은 정말 사치다. 내 처지를 이해해줄 남자를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줄 남자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이다.

왜냐면 내가 남자여도 지금의 날것의 나를 받아들일 수 없다.  어느 누구도 깊게 담아지질 않는다..

나는 내 자신도 오롯하게 담아본 적도 담을수도 없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10년 전 부모님이 처음 새 사업을 시작했을떄 외가 식구들에게 도움으로 구사일생 살아났다.

그리고 5년전 내가 취직했을떄 또 일시적으로 살아나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그냥 어차피 무너져 내릴 모래성이었다면,,

지난 내 5년이 너무 속상하다... 원망하지 않고 가엽게 부모님을 여기려고 해도... 너무너무 가슴속에서 울분이 터진다..

처음에 내 마음은 이러지 않았다. 25살 어린 나는 입사하자 마자 신용대출 해드리고 엄마아빠에게 힘이 되어드린다는게 너무 뿌듯하고 기뻤다. 내가 해준 돈이 부모님을 살리고, 또 이 기나긴 유리밭길의 끝이라고 여겼다. 모든 것을 해방시킬 수 있다는 희망 1~2년이면 다 끝날 거라는 희망. 하지만 매달 2천만원의 이자가 나가고 있고, 어마어마한 빚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떄.. 나는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임기응변을 위해 내 돈이 사용되어졌고, 나도 빚쟁이가 됐다. 나라도 편히 살게 해줄수는 없었을까. 왜.왜.왜. 나까지... 나까지.. 아니 나에게 이런 시련을 준걸까...

2009년부터 시작된 빚의 지옥은 2019년까지 계속되고 있다. 전세금이 나가면 그 해 겨울을 버티고, 세입자가 방을 빼달라고 하면 또 바들바들 떠는 시간들. 차라리 모든 부동산을 정리하려고해도 빈껍데기 매물들이라.. 전세금이나 매매값이 삐까삐가해 남는 돈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그것이 부모님의 현실이다...거기에 오빠는 부모님 사업을 돕고 있다.

오빠는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다... 부모님의 사업이 망하면 유일하게 직장은 가진 나는 모른척 할 수 없다.

 

가끔.. 내가 신용대출 받아드렸던 돈, 5천만원과 3년간의 내 월급 1억이.. 부모님에게 헛된 희망을 줬던 것은 아닐까 싶다.

진작에 끝났어야 했는데... 진작에 매 맞고 다시 땅짚고 일어났어야 하는건데.. 계속 위태위태하게 서서 언제 넘어질지를 겸허히 기다리는 것 같다... 이 것이 내 탓일까.. 나 까짓게 뭐라고 기깟해야 월급쟁이주제에... 내 모든걸 가족에게 줬던 것이 독이 됐던 것은 아닐까... 5년전이라면 부모님이 다른 곳에 취직하거나 돈을 벌기에 좀 더 나은 나이이지 않았을까..

 

내가 가족을 원망하지 않는 방법은 빚의 늪에서 모두를 구하는 것이다.

큰 돈을 한번에 벌 수 있는 방법은 로또뿐이다.

큰 돈을 한번에 벌 수 있는 방법은 PD가 되는 것이었다. PD 가 되는 것은 내가 해야하는일이자 또 하고 싶은 일이라 너무 간절히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꿈에게 저만치 멀어져 땅으로 떨어졌다. 괜찮을거야, 다시 글을 써보자.

극본 공모가 남았어. 극본 공모 당첨금 그걸로 또 올 겨울을 버텨보자.

독하게 마음을 또 먹어본다. 그리고 또 내가 재능은 있는 걸까 또 자신감을 잃어간다.

내 삶이 다큐고, 내 삶이 드라마다... 돈에 쫓고 쫓기는 삶

나만 생각하고 사는 삶이 사치인 삶. 일기를 마치고 나는 오늘 또 극본을 적어볼 것이다. 다시 또 일어설 것이다.

또 나는 오늘 로또를 살것이다. ... 돈 벼락을 맞았으면 좋겠다.

부모님 빚을 다 갚아드리고 싶다... 좀 더 젊으실때 인생을 즐기게 해드리고 싶다.

빚에서 구해드리고 싶은데..내가 지금 더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천 오백만원. 그것은 한달 이자도 안되는 돈이지만 내게는 무척 큰 돈이다.. 내가 해드릴수 있는건 임시방편으로 나를 곪아가며 돕는 것이다...